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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aekyeong 2026. 5. 5. 22:06
  “(하나님께서) 자기가 사랑하는 자에게 잠을 주신다“ - 시편 127:2 하, ‘현대인의 성경판‘.
むらかみはるき, <ねむり>
  잠을 못 자게 된 지 벌써 17일 됐다 - 『잠』 에서 첫 문장.  

  

むらかみはるき, <ねむり>

  하나님이 (어쩌면) 나를 미워하시는 게, 아닐까? 그러지 않고서는 내가 이토록 잠 들지 못하는 이유가, 뭐람. 어떤 사람은 눕기만 하면, 잠이 들고, 어떤 사람은 머리만 대도, 잠이 든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 고민을 왜 하느냐고 물을 때면, 이 인간은 뭔 복을 타고 나, 잠을 잘 자는 거야? 속상할 때가 있.. 지는 않다. 대신 그게 부러울 뿐이다. 나도 잠 잘 자고 싶다! 이 마음이 순전한 거다. ‘누가 업어 가도 몰라! 나는..’, 그렇다고 해서, 남이 들쳐 업어 가도 모를 정도는, 사실 순 뻥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깊이 잠에 빠진 건 아니야, 라고 또 우길 수는 없는 일. 그나저나, 수없이 들은 말인데, 그게 뭔 느낌인지 알 수 없으니 딱히 할 말이 없긴 하네.

  잠.. 그래, 잠은 인간이 리셋 되는 시간이야. 인간이 뭘 통 먹지 못 하면, 죽고 마는데, 인간이 잠을 못 자면, 잠도 곯아, 죽고 말잖아. 그게 과로사 일종이고. 그래서 일단 뭘 먹여, 살리고는 봐야지, 똑같은 이치야. 일단 재워, 살고 봐야지. 잠이 보약이니까.

  하루키의  『잠』 은 그의 여러 단편 소설 가운데 만화로 각색한 것이다. 일본 문학이 많이 읽혀지는 데 큰 공헌을 한 인물이 무라카미 하루키인 사실을 내가 알 정도라면, 말 다 한 게 아닐까? 그 유명한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1Q84』 가 있는데, 가끔 타인의 집에 놀러 갔을 때 주인장 방 책장 한 칸에는 꼭,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1Q84』 가 꽃혀 있는 게 아닌가! 일본 문학을 애써 밀어내려고 한 건 아닌데, 그동안 일본 작가들과 연을 맺 - 고 싶지 않은 거 보니, 끝모를 무의식 속에서 거리를 멀찍이 둔 듯 하다. 그래도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엔도 슈사쿠의 『바다와 독약』 책은 정말로 감명 깊게 읽었다. 특히 엔도 슈사쿠는 ‘내 인생의 작가’ 다. 무라카미 하루키나 가즈오 이시구로, 히가시노 게이고를 근 몇 년 사이에 읽고는 있다. 그 중에서 하루키의 책들이 재미 있게 읽힌다.

  『잠』 을 소설로 읽지 않고, 프랑스 예술가의 각색으로 읽은 느낌은 다소 그로데스크한 면이 있다. 나중에 소설을 직접 읽을 수 있다면, 하루키의 소설 첫 느낌과 일치한지 한번 비교해볼까 한다.그림체가 이질적이다. 소설 속 문화도 서구 색채가 강하다. 하루키의 취향이 반영된 것 같다. 아마 그래서, 프랑스 예술가와 제법 어울린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의 자전적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때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 을 통해 만났는데, 첫 인상이 꽉 막힌 작가의 얼굴이 아닌, 귀족 문화 취향을 가진 작가로 보였다. 실제로 바텐더로 살기도 했던, 그는 고급 술에 대한 지식, 재즈와 클래식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적 취향, 그리고 일평생 마라톤을 즐기며, 대회 참가하는 그의 열정, 여행, 수영 등 등. 소설가의 인상이라 보기 보다는 풍류를 알고 즐기는 예술가, 딱 그 정도.

  하루키의 『잠』 을 읽고 나서, 『안나 카레니나』 만 머릿 속에 남아 있다. 소설엔 영 잠을 못 자는 한 여자가 나오는데, 그녀가 잠에서 패배할 때 마다, 소설 속에서 읽어 내려 간 소설이다. 잠과 전투를 벌이고, 잠에 패해 퇴각하고선, 또 다시 러시아 소설 『안나 카레니나』 를 꺼내 전투를 벌인다. 잠은 언뜻 실체가 없는 듯 해도 실체가 분명 있기 때문에 잠을 자야 하지만, 잠에 들지 못하니, 내 남은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실재하는 독서, 보상 심리로 보인다. 여자는 ‘숨이 막히는 폭력적인 공복감’ 이라고 감정을 토했다. 그러면 배가 고픈 것과 잠이 고픈 것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는 건가 싶다.

  소설 속 여자는, 잠을 못 잔 지 벌써 여러 날이 되었음에도, 말하지 않는다.

- 함께 자는 척 했다. 병원에 안 가는데, 늘 십중팔구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남편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는, 굳이 말 할 필요가 없었다.

  아내로, 엄마로, 의무와 책임을 다 하다 보니, 자신을 돌보는 걸 잃었고, 존재의 집이 무너진 것. 소설에서 여자의 결말 도입부가 인상적이다.

  “나는 잠들지 않는 여자” 와 의식의 확대” 다. 위장을 비우면 비울수록 의식이 또렷해지고, 깨끗해지는 듯 한 기분이 들 듯, 또한 말이 이상하지만 잠을 못 자는 불면증 환자들 역시 의식이 과잉 확장 되어, 깨끗한 유리창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하루키의 『잠』 에서 그 문장이 인상 깊다.

  • 여전히 잠에 있어선 한없이 나약한 인간은 어쩔수없다. 신이 주신 선물로, 유일한 처방약이다. 약효가 가장 쎄서 몸의 회복력이 높다.

      ‘싸한 나의 그림자‘ 가 사라지고, ’원래의 나로 돌아 와 있었다’, (단, 잠을 잤을 경우에) 하루키 소설 『잠』 에서 여자가 한 말이다. 일단 잠 부터 재워.



   _2025년 8월 13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