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영화 《달콤한 인생》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영화 중에서 내가 관람한 편수를 세어 보니, 정확히 일곱 편으로 확인된다. 단편 내지 비상업 영화는 편 수에서 제외했으니, 상업 장편 영화를 연출한 작품은 얼추 열 두 편으로 잡혔을 때 그의 필모그래피의 절반을 넘어선다. 그의 입봉작인 영화 《조용한 가족》 을 영화 매니아 초창기에 본 것은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내가 그 이전에 관람한 몇 편 안 되는 영화가 고작 홍콩의 액션, 주로 오락물, 아기자기한 애니메이션, 단순 교훈적인 코믹물이었는데, 2005년 부터 영화 취향이 변해도 너무 확 변해, 영화라는 매체를 잘 이해한 작품은 다 보았다. 그때부터 홍상수, 이창동, 허진호, 박찬욱 등에 확 빠져 지낸 듯 하다.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상업 장편 영화 중에서 본 영화와 안 본 영화가 극명하게 갈린다. 소위 그의 실패작이라 부를 수 있는 영화는 하나 같이 안 봤다는 걸 새롭게 알았다. 영화 《조용한 가족》 《반칙왕》 《장화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밀정》 은 봤고, 일부러 안 본 영화가 《인류멸망보고서》 《인랑》 《거미집》 등이 있다.
영화 감독 김지운이 여타 감독들과는 다른 게 있다면, ‘장르‘ 가 없다는 데 있다. 실제로 다양한 장르를 연출하고 있다. 다만 로맨틱 장르만 안 하는데, 그건 순전히 자신의 취향이 아니기 때문이라 밝혔다. 김지운이 연출한 영화의 우열은 가리기가 애매하다. 진짜로 독특하다. 영화의 무게를 만일 달면 실로 묵직한데, 또 느낌은 유니크하고, 짜릿한 쾌감이 있어, 우중충하지가 않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본 것은 싹 다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게 솔직한 내 평이다. 그래도 정말 취향을 떠나, 희안하게 끌리는 세 편을 고르라면, 공포 코믹물인 《조용한 가족》, 슬픈 잔혹 코믹물인 《장화홍련》, 한국형 멜로 느와르인 《달콤한 인생》 을 꼽는다. 이 영화는 그의 연출 초기에서 중기 들어 가는 시기 까지다.
영화 제목이 ‘달콤한’ 인데, 이병헌이 단 음식을 몇 번 먹는 걸 이야기한 거냐, 웃는 관객도 더러 있다. 영어 제목을 보니, ‘Bitter’ 가 붙는다는 걸 알았다. 씁쓸한 맛이다.
• 강 사장(김영철) : 아니, 그런 거 말고 진짜 이유를 말해봐. 그냥 솔직하게 말해봐
• 선우(이병헌) : 저한테 왜 그랬어요? 말해봐요. 저한테 왜 그랬어요?
강 사장은 선우가 자신이 듣고 싶은 변명을 해 주길 바란 건데, 선우는 자신이 ’생각‘ 을 했다고 한마디 내뱉는다. 사장님과 조직, 그리고 사장의 젊은 애인.. 마지막으로 조직에 해를 끼치지 않게 처리한 게, 뭐 그리 잘못했다고? 사장이 왜 자신을 죽이려 한 건지, 선우는 궁금한 것이다. 선우는 강 사장이 자신을 죽이려 한 게 정말 믿을 수 없는 상황. 그렇게 두 사람은 상대방으로부터 원하는 답을 들을 수가 없다. 너! 왜 그랬어? 사장님이 왜 그랬지? 이해가 안 되기 때문.
강 사장(김영철) 과 선우(이병헌) 는 죽을 때 까지 평생 함께 있을 사람으로 서로를 알았지만, 한 순간에 결국 둘 다 죽는다. ‘오기’ 부린다. 일본 말로 ‘가오‘ 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꿈을 꾼 제자가 슬피 울자, 스승이 물은 것이다. 그런데 제자는 달콤한 꿈을 꿨는데,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쌉쌀한 케익을 맛 본 거다.
“외모가 태닝한 거 같진 않고 태생적으로 살짝 까무잡잡하고 얼굴은 작고 동글동글 계란형인 여자와 영화관에서 조우(遭遇)했어요. 단편 영화를 관람하고 나오는데, 이 여자가 길을 잃었다 하면서도, 해맑게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하길래, 아이스크림 사 주고 싶어 가게를 찾는 꿈이었어요. 그때 깼어요. 꿈은 어차피 망상이라고 소설가 배수아는 자신의 생각을 소설 『뱀과 물』에서 밝혔어요. 그래요, 꿈은 직관이예요.
내가 꾼 꿈이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그 애 한테 사 먹이는 꿈을 꾼 건데, 순간 나는 미소를 머금은 채 깬 것이다.
나 은근히 Bittersweet(씁쓸하고 달콤한) 을 좋아하는 것 같아. (2025년 7월 19일 최초 작성)
별점 / ★★★★(별점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