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얘기를 하겠다는 뜻이다. 그 사사로움을 용서하시라. 그러나 온전히 사사로운 얘기는 피할 것이다. 한 사람은 글을 쓰는 이고 또다른 사람은 공직에 있던 이여서, 그 사사로움의 순도는 높기도 어려울 것이다.주인공은 시인 황인숙이다” - 『사소한 것들의 거룩함』, 고종석
고종석 선집 에세이다. 고종석을 말 할 때 언어학자와 언론인으로 부르는데, 꽤 잘 어울리는 말이다. 말의 맛을 적확하게 쓰기도 하고, 사실을 토대로 쓰는 기자 습성이 몸에 베여 있기도 해, 저 말들이 어색하지 않다. 『사소한 것들의 거룩함』 은 선집으로 묶여 있지만, 가장 중요한 글은 3부와 4부에 있다. 책 제목과 잘 맞고 책을 쓰는 저자를 알 수 있어서다. 사소한 것들은 네 가지로 나뉘는데, 첫째가 말이다. 언어학자인 고종석의 주특기다. 말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그의 애정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둘째는 도시다. 일로 가든, 여행을 가든 그의 발이 닿은 도시의 정취와 향수를 전달한다. 셋째는 여자다. 고종석 가슴에 깊게 파고든 여인들이다. 주로 서구사람이 있지만 한국사람도 둘 있다. 한 사람은 고인이고, 한 사람은 살아 있는 지인이다. 그 한 사람이 시인 황인숙이다. 그녀를 위해 쓴 글인데, 고종석을 위해 쓴 글 같이 읽혔다. 우정이 정말 사랑스럽다. 넷째는 우수리다. 거스름돈이다. 부스러기 같은 글들의 모음이다.

고종석을 언제 알았는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고종석을 트위터에서 안 것은 분명하다. 2009년 11월에 트위터를 시작하고 팔로우를 했지만 관계를 거의 다 끊고(고종석은 팔로우한 적 없다, 그의 글을 리스트에 올려 놓았을 뿐이다), 지금은 15명 있다. 초기에 맺은 사람은 딱 한 명만 남았다. 늘 생각하지만 고종석의 생각이 나와 많이 닮아 있다. 무수한 논쟁적인 일들이 있었지만 그 안에서도 무서울 만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렇기 진짜 쉽지 않은데, 그랬다. 이를 알기 쉽게 얘기하자면, 트위터에 팔로우하거나 어떤 변곡점이 생겼을 때, 다 떨어져 나가고, 없었는데, 고종석은 수 차례 트위터를 폭파하고 새로 생성했는데, 의견이 미세한 점도 일치했다. 그의 글이나 그가 지지하는 글을 퍼 오는 트윗에서도 반감이 없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일치한다는 말은 아니다. “내 정체가 뭔가 하는 생각을 지금까지 안 해 본 것은 아니지만, 머릿속의 생각이란 글로 정리되기 전엔 대체로 헝클어져 있고 그래서 이내 바스러져버리거나 날아가버리기 십상이다”, 고종석은 전라도, 한국이란 자의식을 지역적, 전지구적 관점에서 소수파 입장을 피력한다. 그 중에서 전라도란 자의식이 조금 더 크다. 공통분모를 찾은 것이다. 이 문장엔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 생각과 들키기 싫은 내 감정과 맞닿았다. “나는 판소리 가락이 귀에 설고, 전라도 사투리가 귀에 거슬린다. 이방인 같다”, 고종석은 주변성을 이야기하며 이성의 신봉자를 자인하는데, 내가 그러하다.
“나는 내가 어느 쪽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나는 그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고종석과 나뉘는 것이 ‘신’ 의 지점이다. 유약한 자신을 알고 나서 신과 더 멀어졌다고 고백하는 그와 달리, 나는 유약한 자신을 알았을 때 붙잡을 끈 ‘신’ 이 있지 않았다면, 군대에서 이미 죽었을 거고, 고비고비마다 살아 있지 않았을 건 자명하다.

“나는 렘브란트와 친숙하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름에 익숙해지는 것은 그 실체를 아는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새삼 깨달았다”, 신혼여행을 동남아로 간 때가 해외 여행의 처음이다.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없었으니 여권을 만들 필요 조차 없었고, 제주도를 가도 배를 타고 갔다. 결혼 후에 해외여행을 신혼여행으로 다녀오고, 그해 여름에 14박 15일로 유럽을 갔다. 그 다음 해엔 미국 서부 지역인 LA, 라스베가스, 샌프란시스코를 다녀 왔다. 아시아, 유럽, 북미를 2년 동안 다녀 온 것이다. 어쨌든 유럽 첫 도착지가 네델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이었다. 백인들을 그렇게 볼 일이 있을까? 첫 인상은 남자와 여자 불문하고 신체가 컸고, 물의 도시에 맞게 운치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독일을 거쳐 스위스 그리고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다. 내 마음에 깊이 남은 도시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였다.

언어학자 고종석의 에세이 중에 「어루만지다」 를 마지막으로 골랐다. “어루만지는 행위는 그 대상에게 주체의 사랑을 표현하는 행위다. (중략) 따스하고 섬세한 손길로. 그러니까 어루만짐은 일종의 치유고 보살핌이고 연대다”, 어루만지는 것에 인색하지 말자. (2023년 3월 24일 최초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