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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Rear Window,1954,미국)

kimjaekyeong 2026. 3. 31. 14:09


감독 / 알프레드 히치콕
각본 / 존 마이클 하예스

영화에 관한 줄거리를 포함해 모든 이야기를 글로 옮깁니다. 영화를 안 보신 분이고, 영화를 감상하실 분이라면, 안 읽으시는 게 좋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상관 없습니다.  

이창(1954),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   히치콕 영화를 언급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게 긴장감(서스펜스)이다. 그는 인간의 심리를 빼어나게 밀고 당긴다. 영화 기법과 음악을 적절히 배합하여 스크린 속 상황을 엿보는 관객들이 빠져 나올 수 없도록 불안과 초조를 선사한다. 히치콕은 사전에 정보를 제공하고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관객의 시선에 맞춰 아주 단순하게 풀어 낸다. 또한 영화를 감상하는데, 보고 듣는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보고 들은 관객은, 간혹 그것 때문에 속는다.


  
  영화 <이창> 은 ‘훔쳐보기‘다. 사람들은 풍경이 보이는 경우에 무의식적으로 감상한다. 상대는 풍경이 노출 된 줄 모르면서 자기 공간을 유영하듯 활보한다. 바로 거기에서 윤리를 묻고 생각한다. 그런 행위가 괜찮은지, 우리의 삶은 안녕한지. 그런데, 대개 풍경으로 간주한다. 어떤 고민도 없다.

  미모가 빼어난 무용수가 있고, 미스 고독이라 불리는 여성이 있고, 피아노를 치는 음악가가 있고, 결혼한지 얼마 안 된 새내기 부부 한 쌍이 있으며, 베란다에 침대를 펼친 채 생활하는 분위기 넘치는 부부도 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있는 아픈 아내와 무신경해 보이는 남편이 있다. 어느 임대 주택의 광경이다.

  그 맞은 편엔, 제프가 있는데, 그의 직업은 사진작가이자 기자다. 그가 요즘 하는 일이란, 휠체어에 앉아서 창문 너머 위 아래, 좌 우를 눈과 고개를 들었다 놨다 하며, 전층을 마치 영화 관람하듯 온종일 훔쳐 보는 게 전부다. 그는 사진 촬영 도중에 다리가 부러진 것 때문에 치료를 집에서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제프를 간호사 스텔라가 날마다 물리치료로 돕는다. 물론, 그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연인 리사도 있다. 부유하게 자란 그녀의 우아함은 품위가 넘쳐난다. 두 사람은 그의 악취미를 지적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누군가를 훔쳐 보는 일은, 그저 따분하고 나른한 하루를 즐겁게 해 주는 일종의 소소한 즐거움과 같아 중도에 멈출 생각이 없다. 오히려 불편한 몸을 잊게 하기도 한다. 훔쳐 보는 일을 할 때, 보이는 대상에 이름을 붙이고, 사물 상황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주변 지인들에게 의견을 묻고 답을 교환한다. 이는 지금의 TV 드라마, 영화의 윤리를 묻게 된다.

  <이창>은 ‘관찰이자 감시‘다. 훔쳐 보는 데, 한 남편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하다. 더 수상한 건 아픈 아내가 잘 움직이지 못하는데, 시선에서 어느 순간 사라지고 없다. 그걸 제프는 모종의 살인으로 강하게 의심한다. 관음증을 의심 받을 만한 인물이 마치 살인자를 목격한 것처럼, 태세 전환이다. 이제 초점은 살인이다. 제프가 스토리를 구성하고 이를 차근차근 확인할 때 마다, 간호사인 스텔라가 이야기에 동참하고, 어느새 연인인 리사도 이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참여한다. 서로가 나눈 이야기에서 정황 증거를 모아 적확하게 다진다. 한편, 그 남자가 왜 그랬을까, 어떻게 처리했을까, 언제 도망 갈까. 관음자이고 감시자이며 목격자로서 불안해하고 초조해한다. 그러다 이 문제를 풀어 줄 사람을 급히 전화로 부른다. 그는 제프의 친구인 형사 도일이다. 훔쳐 본 사건에 의혹을 갖고, 살인이라 의심한 이 사건은, 그의 형사 친구의 선입견으로 인해 모든 정황 증거가 단번에 무너진다. 가볍게 조사하는 것으로 의심을 거두어 버린다. 두 여자의 무서운 직감은 형사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남자가 알 수 없는 여자들의 습성을 미신 또는 가벼운 취향 즈음으로 형사는 여긴다. 두 여자는 생각이 같고, 말이 같다. 말하자면, 여행을 떠난 여자가 아끼는 핸드백을 놓고 가는 게 말이 안 되고, 보석을 가방에 넣어 두지 않는데 이유는 보석을 가방에 넣어 두면 흠집 나기 때문이다. 보석은 보석함에 있어야 한다는 게 두 여자의 공통 된 의견이다. 더욱이 결혼반지를 빼고 여행을 떠났다고 하니, 그건 진짜로 말이 안 된다. 제프의 연인 리사가 간호사인 스텔라에게 질문한다. "스텔라, 결혼반지를 빼 놓고 온 적 있나요?" 그러자, 스텔라의 말이 단호하다. "손가락을 자르기 전엔 어림없는 일이죠". 하지만 아무 소용 없는 일이다. 그 아내가 급히 여행 간 게 맞고, 물건들은 나중에 남편이 택배로 보냈는데, 그곳에서 잘 받았다는 말을 형사는 전해 들었다고 말한다. 그러자 묘한 긴장감 속에 스며든 쾌감은 상실감으로 돌변한다. 결코, 그가 훔쳐 보며 생각한, 결말도 아니고, 원한 결말도 아니다.

  의욕이 꺾였다고 생각하던 찰나, 작은 사건이 곧바로 생긴다. 개의 죽음이다. 위층에 살던 어느 부부가 개를 산책 시킬 때 바구니에 로프를 달아 내리는 방식으로 잠깐씩 뛰어 놀게 하는데, 그 개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체에 의해 죽고, 죽음을 확인한 여자의 앙칼진 울음 섞인 비명이 짙게 깔린 어둠을 깬 것이다. 이제껏 전혀 상관 않던 이웃집들은 꺼진 집은 불을 켜고, 불을 켜고 밤을 즐기던 집은 소리를 멈추고 문을 열어 바깥 반응에 귀 기울인다. 그때, 부인이 이렇게 울부 짓는다.

"누가 그랬어? 누가 내 개를 죽인 거야?
너희는 이웃이란 말의 뜻을 몰라?
서로 돕고 사랑하고 생사에 관심을 가져 주고!
너희는 하나도 그렇지 않아!
착한 개를 죽일 정도로 못 됐을 줄이야!
모든 사람을 좋아하고 따랐는데,
너무 따르는 게 귀찮아서, 죽인거야?
따르는 게 싫었어?

  훔쳐 보는 제프는 감시자이자 목격자로 다시 복귀한다. 의욕을 찾은 그의 말이다.

"하마터면, 내가 잘못 생각했는 줄 알 뻔 했어, 봐! 여기서, (밖을) 내다보지 않은 집은 단 한 군 데 뿐이야."

  긴장감은 고조된다. 살해 현장을 잠깐 벗어난 남편을 확인하는 그 틈에, 제프의 연인 리사는 살해 현장에 가서 증거를 찾는다. 제프는 망원경 카메라로 그 광경을 지켜 본다. 리사는 증거를 찾아 낸다, 하지만 살인자가 곧바로 집에 돌아 온다. 제프는 불안에 떨고 초조해 한다. 실시간으로 이를 지켜 보던 제프는 지금 미쳐 버릴 것 같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리사는 현장을 벗어나지 못해 집 안에서 살인자와 맞닥뜨리고, 제프는 자기만의 공간인 그 방에 묶여 있다. 마치 관객의 자리를 지키며 시선을 고정하는 것과 같다. 영화에서 이 순간 제프의 표정이 극에 달하는 서스펜스를 보여준다. 극적으로 리사는 증거를 태연히 숨긴다. 신고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주거침입죄로 현장에서 체포되며 빠져 나오려 한다. 즉, 훔쳐 보던 제프는 관객의 심리같이 불안과 초조에 떨지만, 리사는 그렇지 않다. 리사는 영화 속 인물로서, 자신은 영화의 한 장면을 시간에 따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과는 다르게 상황 파악이 안 된다. 리사는 증거를 숨긴 손으로, 맞은편에 있는 제프에게 보여주듯 손을 움직인다. 그녀의 행동으로 살인자인 쏜월드는 불이 꺼진 창틀 뒤의 존재를 확인한다. 훔쳐 보는 누군가가 있음을 그제서야 알게 된다. 지금까지 관객 역할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 내기 위해서, 살임범은 제프에게 간다. 두번째 서스펜스 씬이다. 여기서 플래시가 사용된다. 방문을 열고, 한걸음씩 위협해 들어오는 쏜월드에게, 플래시를 터트리며, 제프는 저항한다. 어두운 방에서 훔쳐 본 자가, 그간 대상이 된 맞은 편 위치의 주민들에게 여기 상황을 쏜살같이 노출시킨다. 이번에는 다수의 관객이 형성된다. 계속 플래시가 터지자, 주민들은 무슨 일인가 하고 반응한다. 어둔 곳에 플래시가 터질 때 마다, 살해 위험에 직면한 제프의 상황이 그대로 전달된다. 놀란 주민들은 소리치며 응답한다. (2019.9.7)